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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리뷰]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누 파르타넨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원제: The Nordic Theory of Everything: in search of a better life


핀란드 출신의 작가가 미국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 후 미국에 정착해 살아가면서 쓴 이 책은 두 사회가 어떻게 다른지를, 그 이면에 각각의 사회가 갖고 있는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재미있게 또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책 속에 묘사된 미국사회의 우려스런 모습이 우리 사회의 현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고, 앞으로 더 닮아 갈 거 같아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초등학교에 있는 조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20세기 내내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져온 노르딕 사회의 원대한 야망은 경제를 사회화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목표는 개인을 가족 및 시민사회 내 모든 형태의 의존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자들을 자선으로부터, 아내를 남편으로부터, 성인 자녀를 부모로부터, 노년기의 부모를 성인 자녀로부터. 이런 명시적인 목적은, 숨은 동기와 필요에서 벗어나 인간관계가 완전히 자유롭고 진실해지도록 그리고 오직 사랑으로만 빚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76p)”


작가가 명명한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을 잘 표현해준 구절이다.

모든 형태의 의존을 시민들의 세금을 기반으로 사회보장, 의료, 교육제도 등의 사회 공공영역이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준다면 가족 안에서,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직장에서, 국가 안에서 개인은 종속의 관계를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인간 대 인간의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독립된 개인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이것이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나아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말로만 어설프게 듣던 북유럽 사회제도 안에 이런 가치와 철학이 있다니 놀라웠고, 그 기저에 다른 국가적, 경제 사회적 목표 이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니 더 흥미로웠다.

너무나 빠른 압축적 성장으로 인해 “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는” 현상에 의한 가치의 혼란, 국정농단, 촛불을 든 시민들의 기대속에 등장한 진보정당, 경제와 취업난으로 엄울한 청년세대,비트코인 광풍, Me too 운동,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불평등 심화, 디지털 전환과 4차산업혁명 등등

북유럽사회가 흠없는 완벽한 사회가 아닐지라도, 너무나도 숨가쁘게 다이나믹한 우리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기술과 사회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어떤 방식의 관계맺음을 원하는가?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사랑의 근저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그 “바람직한, 또는 이상적인” 관계맺음을 위해 사회는, 국가는 어떤 역할을 제공해야하는가?

핀란드에는 자일리톨말고도 사회를 지탱해주는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이론”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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